토론토 글래드스톤 호텔 침대 위에 누워 와이파이를 만끽하고 있던 지난 9월, 메일함을 눌러보고 나는 생각했다.
어머, 이건 사야해! 아무 생각 없이 구독했던 메일링 리스트에서 온 편지가 타지에서 뒹굴거리던 나를 그리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줄이야. 그래 제목에 간단 명료했지. The Swell Season : Fall Tour. 그리고 그들은 말했어. 넌 우리의 소중한 팬이니까 프리 세일 티켓을 사도록 해 줄거라고. 요거 다 푸는거 아니고 한정된 양만 파는거니까 요기 요 쿠폰은 너만 알아두고, 오늘까지니까 지금 아마 바로 접속해서 결제해야 할거라고. 하지만 장소도 적당히 큰 나름 고풍스러운 곳에서 하고, 지금 사면 좌석도 꽤 중간에 앞이니까 괜찮지 않느냐고.
괜찮긴요. 완벽합디다.
오프닝 공연이 끝나고 30분. 앞 줄이 비어있던 일곱번째 줄의 정 가운데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입 나온 여자 친구를 버려두고 오른쪽에 앉아있는 지난 20분간 대화를 나누었던 아가씨에게 나는 물었다. 왜 이렇게 시작하지 않느냐고, 보통 이 정도면 시작해야 하는거 아니냐고. 그러자 실로폰을 들고 나온 마르케타씨, 그리고 털모자를 쓰고 뒷따라 나온 글랜씨. 그 둘은 무대 가장 자리에 앉아 자리를 잡았고, 그녀는 실로폰으로 멜로디를 연주하기 시작했다. 딩똥뚱띵땅, 유 머스트 빈 폴링 프롬 더 스카이♬
그들이 듀오로 불렀을 때 빛을 발하는 몇 곡을 제외하고는, 글랜 한사드가 원래 속해있던 밴드 The Frames와 함께 했던 두 시간 반 남짓한 공연. Strict Joy 앨범에 생각보다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우리는 공연도 혹시나 이렇지는 않을까 안절부절 했지만, UBC 쪽에서 공연을 한다 생각했던 나는 여기가 맞다며 빠득빠득 우기다 30분 전에 겨우 제대로 된 장소에 도착했지만, 무거운 가방과 불편한 비와 젖은 우산과 축축한 어깨죽지의 사투 속 에서도 우리는 오기를 잘했다며 그렇게 웃으며 공연장을 나올 수 있었다. 골드와 올더웨이다운, 그리고 브로큰 하티드 후버 써커 쏭을 제외한 원스의 모든 음악을 들려준 그대. 일분도 안되는 심장찢긴망할후버알바놈의노래를 불러주지 않은 건 슬펐지만, 그래도 내 훼이보릿 노래인 세이잇투미와 리브를 쌩반주로 홀로 들려준 그대. 쌀람해요 글랜 한싸드. 쌀람해요 마르케타 이글로바.
고장난 사진기로 포커스 안맞는 사진만 한가득 이지만, 그 중에서 그래도 볼 만한 몇 장을 올려봅니다.
그리고 이 날의 셋 리스트.